Germany

실패하면 어때 ‘사다리’가 있잖아

독일의 직업교육은 이원적이다. 진학보다 구직이 먼저 결정되고 직업교육을 마친 후에는 대부분이 훈련받은 기업에 취업한다. 직업교육에 적극적인 기업과 끝까지 책임지는 정부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11월3일 오전 독일 북서쪽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빌레펠트 시에 있는 카를제버링(Carl-Severing) 직업학교. ‘모터 보호’라는 제목 아래 복잡한 전기 회선과 번호가 그려진 칠판이 보였다. 1학년 루카 마티나(16)의 눈이 반짝였다. 루카처럼 전기 기술을 전공하는 1학년 학생 15명은 ‘자동차나 기계에 들어가는 모터를 손상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하는지’에 관한 수업을 듣고 있었다.

다음 날인 11월4일 루카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대신 전기 자동화 기술로 유명한 벡호프(Beckhoff) 기업 본사로 출근했다. 전 세계 직원 2500여 명에 연매출 4억3500만 유로(약 6077억원)인 벡호프 본사는 같은 주의 귀터슬로 시에 있다. 학교와는 자동차로 30분 거리다. 빨간색 지붕의 널찍한 공장 곳곳에서 루카와 같은 직업교육생들이 생산라인에 배치돼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정규직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 섞여 일했다. 루카는 공장 1층에서 전기 부품을 조립했다. 책상에는 드라이버와 펜치 등 공구가 널려 있었다. 루카가 입은 검정색 유니폼 왼쪽 가슴에는 ‘Beckhoff’란 글자가 선명했다.

루카 마티나(16)

학교 : 카를제버링(Carl-Severing) 직업학교 1학년(전기기술 전공)

이 학교에 들어오게 된 배경 : 삼촌이 전기기술자여서 이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 레알슐레 (Realschule, 독일의 중등학교 유형 중 하나) 9학년 때 ‘벡호프(Beckhoff)’라는 기업에서 실습을 했는데 적성에 맞았다. 10학년 때 이 기업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내고 필기·면접 시험을 봐 통과했다. 카를제버링 직업학교는 벡호프 기업과 협력 관계여서 다니게 됐다.

직업교육 선택에 대한 부모님의 반응 : ‘전기자동화 기술자’ 직업이 위상도 높고 돈도 많이 버는 직업이라 좋아하셨다.

현장실습(인턴) 경험 : PC 기반 자동화 기술로 유명한 벡호프 기업에서 훈련받고 있다. 일주일에 이틀은 학교에서, 사흘은 회사에서 보낸다. 월·수요일에는 학교에서 아침 7시50분부터 오후 2시45분까지 수업을 듣는다. 화·목·금요일에는 회사에서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한다. 직원들 모두 친절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와서 가르쳐주기 때문에 매우 만족한다.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수업 : 학교 수업은 크게 독일어·정치·경제·종교 등 일반 수업과 직 업교육 연계 수업으로 나뉜다. 직업교육 연계 수업에서는 회사에서 일 할 때 시도해볼 것들을 스스로 짤 수 있다. 여기서 짠 계획을 회사에서 훈련받을 때 적용해본다. 이를테면 이 부품을 여기에 끼우면 작동이 되는지 안 되는지 직접 확인해 보는 식이다. 이과정이 제일 재밌다. 학교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고려해 교육과정에 반영한다.

상급학교 진학 계획 여부 : 지금 당장은 필요성을 느끼지 않 는다. 회사에서 일하다 나중에 엔지니어가 되고 싶으면 대학 진학을 고려해보겠다.

졸업 후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 지금 훈련받고 있는 기업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 같이 훈련을 받는 친구들도 대부분 이곳에 남고 싶어 한다. 나중에 2년 더 공부해 테크니커(기술 분야의 ‘마이스터’) 자격도 딸 계획이다.

루카는 “수업 때 배운 내용을 회사에서 적용해보는 게 제일 재밌다. 모르는 게 있으면 직원들이 바로 와서 가르쳐준다. 굉장히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12년째 카를제버링 직업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 마티아스 파스체흐어 전기기술 부장교사(46)는 “학교는 회사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를 듣고 교과과정에 반영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일터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학교와 현장의 차이를 없애는 건 교사들의 몫이다. 그래서 교사들도 배움에 적극적이다. 학교 안에 마련된 자동차 정비 실습소에서 만난 카롤라 루드니크 자동차 기술 부장교사는 “교사들도 정기적으로 기업에 연수를 나가 최신 기술을 배워온다”라고 말했다.

현재 루카는 월·수요일은 학교에서, 화·목·금요일은 회사에서 보낸다. 루카가 경험하는 직업교육을 독일어로 ‘두알레 아우스빌둥(Duale Ausbildung)’, 영어로는 ‘듀얼 시스템(dual system)’이라 부른다. 학교에서 이론을, 기업에서 현장을 동시에 배우는 이원적 직업교육이다. 한국 정부도 이런 독일식 일·학습 병행제를 지난해 처음 시범 도입했다. 11월20일 고용노동부는 한국산업인력공단, 기계산업진흥회, SW산업협회와 함께 ‘일·학습병행제 제1기 수료식’을 갖고 학생 7명에게 공동 명의로 수료증을 수여하기도 했다.

루카는 일주일에 24시간 일하고 한 달에 700유로(약 97만7000원)를 받는다. 루카가 낸 돈은 책값 30유로(약 4만2000원)뿐이다. 독일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이다. 루카가 전기 기술을 전공한 것은 전기 기술자인 삼촌의 영향이 컸다. 적성에 맞는지 확인해볼 기회도 가졌다. 독일 학생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9학년(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 단계) 때 현장실습을 나간다. 그때 루카가 실습 나간 기업이 바로 지금 일하는 ‘벡호프’다.

이 일이 적성에 맞는다고 느낀 루카는 레알슐레 졸업을 앞둔 10학년 때 벡호프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내고 필기·면접 시험을 봐서 통과했다. 스스로 구직 과정을 거쳐 직업교육을 해주는 일자리를 구한 셈이다. 카를제버링 직업학교는 벡호프와 연계된 학교다. 이원적 직업교육 시스템에서는 이렇게 진학보다 구직이 먼저 결정된다. 전자·금속 분야로 특화된 카를제버링 직업학교에는 금속·전자·정보·교통·건설 기술 등 5개 전공이 있다. 이 학교는 빌레펠트 인근 지역 800개 기업과 협력 관계다. 벡호프에서는 이 학교 재학생 15명이 교육받고 있다.

직업교육 비용을 ‘투자’로 생각하는 기업

벡호프의 독일 직원 1815명 가운데 루카처럼 훈련을 받는 직업학교 학생이 94명, 대학 단계에서 이원적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은 69명이다(2014년 4월 기준). 이 중 거의 100%가 직업교육을 마친 뒤 그대로 벡호프에 취직한다. 루카 역시 3년6개월 동안의 직업교육이 끝나면 벡호프에 다닐 생각이다. 대학이나 전문대학 등 상급학교 진학 여부에 대해 루카는 “현재로서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나중에 엔지니어가 되고 싶을 때 고려해보겠다”라고 말했다.

루카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2014년 만 17세에서 21세 이하 독일 학생의 41.2%가 직업학교에 재학 중이다. 직업교육 준비 단계에 있는 학생까지 포함하면 이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가장 수준이 낮은 하웁트슐레를 나온 학생들도 직업학교에서 얼마간 공부하면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 카를제버링 직업학교 실습실에서 만난 전기 기술 전공 킬리안 디크만(23), 필리프 디히만(22), 미리엄 드레베스(23)는 모두 졸업 후 직업교육을 받은 기업에 취직할 예정이다. 독일 전체로 보면 직업교육을 받은 10명 중 7~8명이 훈련받은 기업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독일의 직업교육은 한국처럼 ‘교육 따로, 취업 따로’가 아니라, 곧바로 취업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구실을 톡톡히 한다.

이는 기업이 직업교육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선 기업은 직업교육에 드는 비용을 ‘투자’라고 여긴다. 직업교육생의 임금, 시설·교육에 드는 비용은 대부분 해당 기업이 100% 부담한다. 일부 중소기업은 70%만 부담하고 30%는 각종 협회나 주정부 등으로부터 보조를 받는다.

2014년 독일 교육보고서를 보면, 직업교육 총재정 가운데 사적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41.5%에 달한다. 주정부 투자 비중이 29.8%인 것과 대비된다. 주정부나 지자체는 주로 직업학교에 대한 예산 지원을 맡는다. 벡호프 직업교육 담당자 한스 페터 루돌프 씨는 “기업이 직업교육에 참여하는 건 어떤 압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미래에 우리가 쓸 인력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투자한다”라고 말했다.

기업의 구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상공회의소, 수공업회의소 등 경제단체(이하 상공회의소)는 직업교육의 ‘질’을 감독한다. 관련 규정이 잘 지켜지는지, 교육이 제대로 유지되는지 감시한다. 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할 직업교육 훈련교사 자격시험도 상공회의소가 맡고 있다. 평가 항목에는 교사들의 기술 지식뿐 아니라 교육 태도도 포함된다(벡호프 기업의 직업교육 담당자 역시 기술자 자격증과 훈련교사 자격증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학생 상담이 들어온 문제 기업의 경우, 개선을 권고하고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상공회의소가 해당 기업의 직업교육 자격을 취소할 수도 있다. 드물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학생들이 직업교육을 마치고 치르는 자격증 시험 역시 상공회의소가 관리한다. 빌레펠트 지역에서는 올해 900명이 이 시험을 통과했다.

오스트베스트팔렌 빌레펠트 상공회의소 스벤 비너 직업교육부장(51)은 “직업교육에 관해선 국가의 역할 일부를 경제계(기업)가 대신 수행하는 것이 맞다. 자신이 고용할 사람에게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는 기업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반교육과 직업교육 간 이동이 활발한 점도 독일 직업교육의 특징이다. 김나지움(대학 예비 과정으로 우리의 일반 고교에 해당)을 졸업하고 대학 입학 자격을 얻은 이들의 23.3%가 직업교육을 선택한다. 반대로 직업교육을 받은 뒤 1년간 공부하거나 기술자 자격증을 따면 대학 진학도 가능하다. 카를제버링 직업학교 에버하르트 볼테 교장은 “어디를 졸업했더라도 얼마든지 원하는 단계로 나갈 수 있도록 과정이 마련돼 있는 게 독일 교육의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직업교육을 위한 일자리를 찾는 게 루카나 다른 학생들의 경우처럼 쉽지만은 않다. 현재 독일 정부가 인정한 직업교육 과정은 총 330개인데, 빌레펠트 인근 지역 기업 11만 곳 중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기업은 5000곳이다. 학생이 원하는 분야의 일자리가 충분히 없을 수 있고, 학생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학생들을 위해 독일 직업교육은 여러 단계의 ‘사다리’를 만들어놓았다. 일종의 패자 부활 장치다.

빌레펠트 시 고용지원청과 잡(Job)센터, 비영리 교육기관 베아요트(BAJ)의 협력 관계를 보면 이 사다리가 보인다. 직업교육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한 학생들은 먼저 고용지원청에 자신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등록할 수 있다. 그러면 고용지원청의 직업상담사가 적절한 기업과 연결되도록 돕는다. 8학년(한국의 중학교 2학년)부터 직업상담사들이 학교에 나가 직업교육 정보를 주고 어떻게 원서를 써야 하는지 도와주기도 한다. 학력 대신 자기 신뢰·문제해결 능력·의사소통 능력 등을 평가하는 잠재력 분석도 해준다. 고용지원청의 25세 미만 청소년 담당 부서장인 이나 볼테 씨는 “모든 과정은 학생이 자신에게 맞는 직업교육 자리를 찾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며 다 무료다”라고 말했다.

취업이 ‘될 때까지’ 모두가 돕는다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서는 잡센터가 역할을 한다. 집세, 생활비 그리고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비용도 잡센터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 고용지원청이나 잡센터의 노력에도 직업교육 자리를 찾지 못한 학생들은 비영리 교육기관 베아요트에서 생활비를 받으면서 기계공·목수·미용사 등 15개 분야의 직업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직업교육 자리를 찾지 못한 학생들에게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베아요트는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상공회의소의 직업교육부장 스벤 비너 씨
고용지원청의 청소년 담당 부서장 이나 볼테 씨

베아요트 교사이자 행정부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티네 마이어 씨(55)는 6년 전 베아요트에서 공부한 한 남학생의 사례를 소개했다. 하웁트슐레를 졸업한 이주민 가정 자녀였는데, 처음에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친구들을 방해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학생은 자신이 몸으로 움직이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직업교육 자리를 구한 끝에 지붕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크리스티네 마이어 씨는 “지금은 결혼해서 아이를 데리고 감사 인사를 온다. 교육자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독일 직업교육 시스템의 효율성 아래에는 이처럼 다층의 사다리 구조가 있다. 직업교육을 받을 능력이 부족하다면 직업학교와 지역 고용지원청, 잡센터 등이 이 능력을 키워준다. 빌레펠트 시 잡센터의 25세 미만 직업중재팀장 안드레 슈벤트커 씨(51)는 이런 사다리의 존재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 독일 헌법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정부는 각 시민이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둘째, 능력이 부족한 이들을 방치하고 소외시키면 이들은 장기 실업자가 되고, 이는 국가 경제에도 좋지 않다.”

‘어떤 학교를 졸업했든 원하면 직업교육을 받게 해서 노동시장 편입에 성공시킨다.’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독일의 직업교육은 이런 목표 아래 사회 각 주체가 밀접하게 협력해 운영하는 시스템이었다. 직업교육이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효과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모두들 “당연하다”라고 대답했다.




학생이 필요한 곳에 ‘노조’가 있다

기업·학교·정부 못지않게 독일 직업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바로 노동조합이다. 조합원 600만명(27세 이하 조합원 50만명)인 독일 노동조합총연맹(DGB)에는 직업교육 담당자가 따로 있다. 이 단체의 오스트베스트팔렌 리페(Ostwestfalen-Lippe) 지역 청소년 직업교육 담당자 야니나 히르슈 씨(31)와 이 단체 산하 8개 산별노조 중 하나인 독일 금속노조 빌레펠트 사무국의 로빈 쿤켈 씨(29)를 11월4일 함께 만났다.

독일 노동조합총연맹의 청소년 직업교육 담당자 야니나 히르슈 씨(왼쪽)와 독일 금속노 조의로빈쿤켈씨. 노조역시 직업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조가 직업교육에서 하는 역할이 무엇인가?
로빈 쿤켈 : 직업교육에서 어떤 내용을 가르칠지 세부적으로 협의하는 위원회에 참여한다. 특히 노동조합은 직업교육생의 노동조건을 교섭하고, 계약이 제대로 맺어지는지 관리한다.
야니나 히르슈 : 사회 변화에 따라 직업교육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연방 차원에서 의견을 모으는데, 이때 노조도 의견을 낸다. 현장에 있는 노조 조합원이야말로 학생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안다.

직업교육생들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나?
야니나 히르슈 : 가입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한다. 의무는 아니고 자발적으로 가입한다. 다만 산별노조에 속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는 차이가 있다. 금속노조처럼 큰 노조에 속한 큰 규모 회사에서는 노조 가입도 많이 하고, 실제로 교육생의 근로조건이 더 좋다. 반면 작은 식당 같은 곳은 노조 조직이 잘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노조는 직업교육생이 자신의 권리를 알 수 있도록 회사나 직업학교를 직접 찾아가 정보를 준다.

구체적으로 직업교육생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하나?
로빈 쿤켈 : 직업교육 기간이 끝나면 기업이 고용할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금속노조는 기업이 가능한 한 직업교육생을 계속 고용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금속 분야는 직업교육이 끝났더라도 처음 12개월 동안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해고할 수 없게 했다.
야니나 히르슈 : DGB는 1년에 한 번 직업교육생 2만명을 대상으로 근무 여건에 관한 설문조사를 해 매년 ‘직업교육 보고서’를 공개한다.
로빈 쿤켈 : 정비소 업무를 배우러 왔는데 세차와 청소만 하면 문제다. 직업교육생이 값싼 노동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처럼 감시자 구실도 한다.




청년실업률? ‘동맹’하라

독일의 청년실업률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낮다. 독일 직업교육 싱크탱크 노릇을 하는 BIBB의 에서 소장은 이를 직업교육의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직업이 생기면 이를 직업교육 과정에 발 빠르게 반영하기도 한다.

독일 연방직업교육연구소(Bundesinstituts für Berufsbildung·BIBB)는 국책 연구기관이다. 독일 직업교육의 싱크탱크 노릇을 하는 곳이다. BIBB를 이끄는 이는 경영·경제·사회과학 박사 프리드리히 후베르트 에서 소장(55)이다. 그는 열여덟 살 때 3년간 제과제빵 직업교육을 받기도 했다. 11월6일 에서 소장을 본에 있는 집무실에서 만났다.

독일 직업교육의 장점을 꼽으면?
교육과 고용을 통합해 운영하는 게 장점이다. 학교에는 손님이 없다. 학교에 갇혀서만 공부하면 노동시장에 나왔을 때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크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독일식 이원적 직업교육을 마치면 바로 노동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노동시장 안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게 가능해진다.

독일의 청년실업률은 다른 유럽 국가(평균 22%)에 비해 낮다. 직업교육의 영향이라고 평가하나?
당연히 그렇다. 물론 경기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만, 나는 직업교육의 차이도 원인이라고 본다. 독일과 달리 다른 나라의 청년실업률이 치솟는 걸 볼 때 더더욱 그렇다.

기업이 깊이 관여하는 모델인 만큼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경기가 좋지 않아서 직업교육 시장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면 국가와 기업이 책임의식을 느껴야 하는데 모든 기업이 이에 동참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2004년부터 3차례에 걸쳐 직업교육 협약(Ausbildungspakt)을 맺었다. 더 많은 직업교육 자리를 공급하기 위한 연방정부-상공회의소 및 고용주 단체-노동조합 간 협약이다. 이 협약이 올해로 끝난다. 협약의 성과는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졸업장을 얻지 못하고 과도기 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상황이 좋아졌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는 통계상으로도 확인된다. 올해로 협약이 끝나면 ‘직업교육을 위한 동맹’을 맺으려고 한다. 여기에는 연방정부와 경제 주체들(상공회의소와 고용주, 노동조합), ‘카엠카’라고 부르는 주정부 장관 모임, 연방고용청이 참여할 예정이다. 동맹의 첫 번째 목적은 학생과 직업교육 자리의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미디어나 기술, 동물 돌봄 일자리를 원하는 학생은 많은데 수공업 지망생은 적다. 둘째는 대학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직업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 동맹을 통해 더 많은 학생과 청년들을 직업교육으로 끌어들이는 게 목표다.

독일에서 최근 대학진학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럽연합과 OECD가 (독일의 낮은 대학진학률을) 비판하고 정부가 이에 반응하면서 직업교육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공부를 많이 할수록 기회가 많아진다는 사고방식도 퍼졌다. 그 결과 대학에 가려는 학생이 늘고 직업교육을 받으려는 학생은 줄었다. 직업교육을 받아도 얼마든지 본인 능력을 향상할 기회가 있다는 걸 더 많이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 직업교육을 2년 받으면 대학 입학이 가능한 식으로 유동성을 많이 만들려고 한다.

기술이 급속도로 변하는데 ‘숙련공’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다고 보나?
필요한 새 직업이 생기면 이를 직업교육 과정에 반영하는 데 보통 10개월 정도가 걸린다. 연방정부와 기업 등 경제 주체, BIBB가 밀접하고 빠르게 소통하는 결과다. 10개월이라면 빠른 대응 시스템이라고 본다.

한국 정부도 독일식 이원적 직업교육을 확대해서 도입하려 한다.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어떻게 하면 독일식 이원적 직업교육을 도입할 수 있을지 연구 중이다. 내 생각에는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 독일은 100년도 넘게 직업교육을 운영해왔지만 한국은 사회·문화가 전혀 다르다. 한국에 있는 독일 회사가 먼저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주한 독일 상공회의소가 한국 기업들을 불러 토의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단계적으로 필요한 사회 기반들을 닦아가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본 기획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으로 수행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